일본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일본이 주변국에 대한 사과에 대한 견해를 실은 한겨레 신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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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일본, 주변국에 제대로 사과해야”
패전 70주년 ‘아베 담화’ 앞두고 사죄·반성 요구 눈길
“침략했다는 큰 틀은 사실…사과는 부끄러운 것 아냐”
- 수정 2019-10-19 11:23
- 등록 2015-04-17 15:26
일본의 유명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66)가 일본이 변화된 국제 정세 속에서 주변국들과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기 위해선 주변국들이 납득할 때까지 사과한다는 역사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17일치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한·중·일 3개국 간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역사 인식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금 동아시아에는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이 경제대국이고 중국도 한국도 (개발)도상국이었던 때에는, 이들 국가 사이에 존재하는 여러 문제가 억눌려져 있었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의 국력이 올라가고, (예전의) 구조가 무너져 (오랫동안) 봉인되어 왔던 문제가 분출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힘이 저하돼 온 일본이 자신감을 상실하고 있어 쉽게 그런 전개(한국과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힘의 저하)를 솔직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국이 새로운 균형을 찾을 때까지) 여러 파란이 있을 것이다. 중국 경제가 지금처럼 성장해 갈지 알 수 없고, 군사적인 균영이 어디서 진정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 인식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것으로 제대로 사과를 하는 게 중요하다. 상대가 ‘개운해진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 사과했으면 알겠습니다. 이제 됐습니다’고 말할 때까지 사과할 수밖에 없다. 사과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사실이 어떻든 타국을 침략했다는 큰 틀은 사실이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무라카미의 이번 인터뷰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패전 70주년을 맞아 발표할 예정인 ‘아베 담화’에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통절한 사죄와 반성이라는 문구를 사실상 제외하는 쪽으로 논의를 모아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눈길을 끈다.
그는 이날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도 “핵이 핵폭탄을 연상시키고 원자력은 평화 이용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핵 발전소를 원자력 발전이라고 부르는 것이다”며 원자력 발전소를 핵 발전소라고 부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무라카미는 이전에도 일본이 지난 역사의 잘못과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는 신념을 여러 차례 밝혀온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나는 일본이 안고 있는 문제에 공통되게 ‘자기 책임의 회피’라는 요소가 있다고 느낀다. 1945년 종전(패전)에 관해서도, 2011년의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대해서도 누구도 진정으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