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타카시, 오자와 쿠니코 부부
1989년 마산수출자유지역내 수미다전기의 갑작스런 사업철수로 노동자 450명을 불법해고한 사건에 일본 원정 항의를 지원하여 해고철회와 배상을 받는데 큰 지원을 한 오자와 부부에 대한 다큐멘터리.
그 이후 여러 기업들의 불법 기업 철수에 대해 일본 원정 항의를 지원한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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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연 투쟁에 내 일처럼 연대한 일본인
- 기자명김다솜 기자
- 입력 2022.07.13 02:07
- 수정 2022.07.1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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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째 한국 노동자와 인연
일본 본사 앞 잇단 집회·선전전
경찰 구속 등 고초도 겪었지만
외국인투자기업 악행 비판 앞장
724일간 한국산연 노동자들의 지난한 싸움이 끝났다. 지난 6일 노사 합의가 이뤄지면서다. 뜻이 같은 사람을 가리켜 부르는 말, 동지(同志). 한국산연 노동자 뒤에는 일본인 동지가 있었다. 바로 오자와 타카시(74)·오자와 쿠니코(71) 부부다.
일본 산켄전기는 1973년 마산자유무역지역에 한국산연을 세웠다. 외국인 투자기업이란 명목으로 온갖 특혜를 누린 뒤 흑자가 났지만 폐업을 시도했다. 2016년 산켄전기는 한국산연 노동자 전원을 해고했다. 이들 부부는 당시 일한민중연대전국네트워크의 지원 요청을 받아 한국산연 노동자들과 인연을 맺게 됐다. '한국산연 노동자를 지원하는 모임'을 꾸려 한국 노동자들을 도왔다. 힘을 보탠 동지들의 노력으로 한국산연 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갔다. 그러나 2021년 한국산연이 폐업하면서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쫓겨났다. 다시 투쟁이 시작됐다.
지난해 5월 남편 오자와 타카시 씨는 일본 산켄전기 본사 앞에서 선전전과 항의집회를 이어가다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산켄전기 본사에 다시 가지 않는 조건으로 7개월 만에 풀려났다. 지난달 24일 일본 산켄전기가 주주총회를 열었지만, 가지 못했다. 대신 아내 오자와 쿠니코 씨가 갔다. 그는 경영진에게 따져 물었다. 한국산연을 위장 폐업하고 다른 지역에 생산 설비를 갖춘 이유가 무엇이냐고, 왜 노동자들과 대화하지 않느냐고.
"결혼했을 무렵, 집 근처 공장에서 일했습니다. 같은 라인에서 일하던 동료들과 종일 같이 있으면서 연대감을 느꼈습니다. 한국산연 노동자들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같은 직장에서 일했습니다. 정년까지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마음에 공감했습니다."
오자와 쿠니코 씨는 "우리는 산켄전기를 찾아가기도 했고, 노사 교섭을 요청하는 엽서를 보냈다"며 "한국산연 노동자들이 일본으로 건너와 투쟁할 때는 함께 숙소에서 밥을 먹기도 하고, 율동을 배워 춤을 추면서 일본기업 악행을 알렸다"고 회상했다.
한국산연만이 아니다. 이들 부부는 한국 노동자의 목소리가 일본에 닿도록 도왔다. 도쿄 스미다 전기는 마산자유무역지역에 한국 스미다를 세웠으나 1989년 철수 입장을 밝혔다. 당시 약 250명의 일본인이 일본에서 한국 스미다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항의 집회를 열었다. 시티즌 정밀, 한국 야마모토 등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악행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긴 시간 한국 노동자들의 동지가 되어줬다.
오자와 타카시 씨는 도쿄도 지방 공무원이었으며, 오자와 쿠니코 씨는 약사로 일했다. 이들 부부는 1977년 나리타 공항 확장 반대 투쟁으로 사회 운동에 처음 나서게 됐다. 이후 노동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전태일 평전>을 읽었으며, 그와 어머니 이소선 씨 투쟁을 그린 영화 <어머니>도 보게 됐다. 사회 변혁과 함께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나는 한국 노동운동을 눈여겨봤다.
오자와 타카시 씨는 일본 투자기업의 행태에 분노했다. 그는 "일본은 한반도를 침략하고, 식민지로 지배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강제 연행 문제를 낳았으나 사과도, 배상도 하지 않았다"며 "역사적 문제에 책임지지 않으면서 투자기업 형태로 경제 침략까지 자행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번에 한국산연 노사는 합의를 이뤘지만, 외국인 투자기업는 여전히 남아있다. 1970년대 일본 기업은 인건비가 자국보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마산자유무역지역으로 진출했다. 그러다 팩스 한 장으로 폐업을 알리고 노동자를 해고했다.
오자와 타카시 씨는 외국인 투자기업에 날 선 비판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외국인 투자기업은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토지 제공, 세금 면제, 보조금 지급, 규제 완화 등 수많은 특혜를 받는다"며 "그 재원은 한국 국민 세금으로 지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투자기업 유치를 규제하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2001~2019년 동안 외국인 투자기업은 한국경제 매출에서 약 13.2%에 차지하는 막대한 돈을 벌었다. 그러나 고용(6.0%), 연구개발비(6.2%)는 턱없이 낮다. 일본 기업에게 한국 투자는 이윤은 얻되 사회적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되는 손 쉬운 일이었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기업은 한국에서 각종 혜택을 누리면서도 무책임하게 철수하거나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하곤 했다. 외국인 투자기업의 부당한 행동이 계속되자 법 제도상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산연 투쟁이 남긴 과제자 교훈이기도 하다.
/김다솜 기자 all@idomin.com